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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있었는데, 만나는 분이 구암동 쪽에 괜찮은 와인바가 생겼다고 한번 가보자고 하셨다.
찾아보니 캐치테이블을 통해서 예약할 수 있었고, 훈연 삼배체 굴과 Guam 비프립은 방문 전에 미리 주문을 해야 했다.
가게 자체가 크진 않다. 우측 상단에 있는 2인용 테이블 하나와 다른 사람들과 모두 같이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 하나 이렇게 총 2개의 테이블이 있었다.
이날은 큰 테이블에 우리가 오른쪽 끝에 4명, 그리고 반대쪽 끝에 3명 이렇게 총 7명이 앉아서 식사를 했다. 테이블이 커서 이 정도면, 서로 이야기를 하는데 거의 신경 쓰이지 않는 수준이였다.
음악, 조명, 테이블 장식 등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았다. 어려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로는 좀 부적절하겠지만, 편안한 사람들과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는 캐주얼한 자리라면 딱 좋을 것 같다.
며칠 비가 오는 덕에 날씨가 시원하고 좋았는데, 이 날부터 갑자기 더워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오기 전에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부터 주문했다.
서빙을 해주신 분이 사장님인지 잘 모르겠지만, 정말 친절하게 요리 설명과 와인 선택을 도와주셔서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가격대와 원하는 스타일을 설명하면 적당한 와인을 추천해줬다. 처음에는 5만원 내외의 까바를 마시려고 했었는데, 크게 차이 나이 않는 선에서 부르고뉴 크레망도 있다고 해서, 고른 와인.
이게 우리가 먹던 음식이 아니라 그런지 처음에는 이름이 다 제 멋대로 붙어 있는거 같아서 당혹스러운데 알고 보면 나름 재밌다. 와인 중에서 탄산이 있는 와인을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 제일 유명한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을 말한다. 물론 나름의 규칙이 있어서 그것을 지켜야 이름을 쓸 수 있게 해주긴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까바라고 부르고, 프랑스에서는 크레망이라고 한다. 이탈리아는 지방마다 다 다르게 부르는데, 모스까토 다스티가 우리 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이름이 아닌가 싶다.
주문한 크레망은 샤도네이로 만들었는데, 은은한 과일향과 산미가 잘 어울어져서 시원하게 마실 수 있었다.
식전빵 자체는 그리 특별한 부분은 없었다. 곁드려진 버터가 꽤 괜찮았다. 복숭아라고 들었던거 같은데... 과일향이 은근히 괜찮았다.
크레망과 같이 먹기 위해서 시킨 토마토 N 샤퀴테리. 원래 메뉴는 프로슈토를 같이 낸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 날은 하몽이 준비 되었다고 했다. 살짝 단맛이 도는 시럽과 토마토 하몽이 꽤 잘 어울렸다. 스페인에서 갓 썰어낸 짭짤한 하몽에 와인 마시던 걸 워낙에 좋아했었는데... 가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만, 하몽의 양이 좀 아쉽다.
요즘 많이 먹는 우대 갈비를 수비드로 익히고 다시 훈연했다고 한다. 그리고 간장 베이스의 소스와 조리 과정에서 나온 육즙으로 양념을 했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정통 바베큐 보다는 익숙한 양념 갈비 느낌도 났다. 특이하게 시래기와 무채 코울슬로가 함께 나왔다. 꽤 부드럽고 양념도 잘 배어 있어서 좋았다. 다만, 맛있어서 하나씩 집어 먹다보면 금방 없어진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요 4인분은 2인분 같은 느낌.
비프립에 후추가 꽤 들어간다고 해서 쉬라즈를 시키려다가 오랜만에 좀 진득한 미국 까쇼가 더 좋을 것 같아서 고른 와인. 요것도 대략 5~6만원대. 전형적인 나파쪽 까쇼 느낌. 진하면서 살짝 단맛이 있고, 바닐라 향이 있고 적당한 탄닌이 있어 그냥 편안하게 마실 수 있었다. 고기와 같이 먹기 좋은 와인.
아직은 배가 다 차진 않아서 타코를 주문했다. 풀드포크와 과카몰레, 살사, 그리고 사워 소스가 또띠아와 함께 나왔다. 고기를 넣고, 좋아하는 소스와 함께 싸먹으면 되는 음식. 살짝 구운 또띠아 향이 좋았고, 간간하고 부드럽게 조리된 풀드포크도 좋았다.
조금은 가볍게 먹기 위해서 선택한 피노누아. 오늘 와인들 중에서는 제일 아쉬웠다. 좀 브리딩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바로 따서 마시기에는 좀 밋밋한 느낌.
한 2시간 정도 이야기 하면서 와인과 음식을 즐겁게 즐긴 자리.
내 생각
- 요즘 핫한 작은 레스토랑들처럼 캐치테이블을 통해서 예약해야 하고, 인스타에 공지가 나온다. 특별한 날에는 코스 메뉴만 예약이 되는것 같다.
- 비프립은 1인분에 2.17만원. 와인은 보틀당 4~8만원대 정도가 많다. 와인 가격은 샵 대비 대강 2배 내외 정도로 괜찮았다. 예전에는 주로 3배 이상이 많았는데, 요즘 점점 좋아지는 것 같긴 하지만, 요 정도면 좋은 듯. 그 외 사이드 디쉬들은 주로 만원 미만. 1인당 6~7만원 정도 예산을 잡아야 할 것 같다. 가격이 비싸긴 하다. 하지만, 이 가격대에 성의 없이 음식과 와인을 내는 곳들도 많아서 적어도 여기서는 그런 느낌이 들진 않았고, 이 정도 분위기와 음식들은 이 가격 정도를 지불하지 않으면 경험하긴 어려우니 선택의 문제인 듯 하다.
- 간단한 요리와 함께 와인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고 싶을 때 종종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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