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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오전에 이미 외관 구경은 마쳤지만, 예약한 시간이 되어서 내부를 보러 갔다. 이후에 미술관 일정이 많아서 따로 관람 계획이 없었는데, 오전에 건물을 구경하던 아들이 안도 궁금하다고 들어가보고 싶다고 해서 급 티켓을 구입했다. 인터넷 예매 상황을 보니, 오후에는 티켓이 꽤 있는거 같아서 현장에서 구매 해서 들어갔다.

 

티켓팅을 하고 올라가는데, 건물 내부도 그리 화려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계단 손잡이도 벽 속으로 돌을 깍아서 만든 것처럼 고급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ㄷ자로 된 건물은 두 개로 길게 늘어진 복도로 연결되어 있고, 곳곳에 있는 방들을 전시실로 쓰고 있었다. 복도에도 초상화나 아래 같은 조각상들이 다양하게 전시 되어 있었다. 

 

시모네 마르티니의 수태고지 일부. 아직 예술적인 가치를 보는 안목은 전혀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화가가 얼마나 오랜 시간 노력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저 가는 선 하나하나를 일일이 다 표현한다는 것을 보면, 그림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 몇 년이 걸린다는 사실이 이젠 조금은 당연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보티첼리의 첫 작품으로 알려진 불굴의 정신(왼쪽에서 첫번째 그림)을 보면서 왜 이름을 남기는 화가들이 다른 화가들과 다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일곱 작품들을 나란히 보면서 다른 그림들에 비해서 좀 더 디테일해서 사실적이였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작은 디테일까지 고려해서 표현하고, 더 나은 표현을 위해서 새로운 기법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보티첼리의 대표작인 비너스의 탄생이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 중심에서 다시 인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르네상스로 전환되는 길을 연 작품 중 하나라는 설명을 들으니 공감이 갔다. 바티칸에서 시대 순으로 엄숙하고 비현실적인 광채를 가진 그림이 점차 인간적이고 사실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워낙에 성서 관련 그림이 많다보니...), 여기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미술 작품들도 좋았지만, 가끔 보이는 이런 풍경과 파란 하늘은 정말 기분을 좋게 해줬다.

우피치를 관람하다 보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보고 있는 방이 있는데, 트리뷰나라는 방이다. 이 방은 

바닥 대리석 보호를 위해서 관람객들이 실제로 들어가진 못하지만, 문앞에서라도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는 방. 팔각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조개껍질로 장식한 돔부터 강렬한 붉은 벽 그리고 화려한 무늬를 가진 대리석 바닥까지. 방 안에 있는 예술 작품도 멋지지만 이 방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곳.

이 방은 유럽 귀족 자제들이 유럽을 여행하며 견문을 넓히던 그랜드 투어에 꼭 들려야 하는 코스 중 하나였다고 한다. 우리가 경주로 수학 여행을 가듯 그 분들도 서양 문명을 꽃피운 이탈리아에 온게 아닌가 싶다. 물론 기간도 길고 규모도 달랐겠지만... 영국 여왕이 우피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화가에게 몇 년의 시간을 주고 그림으로 그려오라고 했는데, 이 방만 그려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화가가 게을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핑계라도 어느 정도 통할만 한 것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아침부터 열심히 걸었던터라 좀 쉬고 싶었다.

우피치 내 테라스에 있는 카페. 요렇게 여러 테이블이 있고...

베키오 궁도 보이고,

멀리 두오모 돔도 보인다. 앉아서 찍어서 좀 막힌 느낌인데, 일어서서 보면 주변 전경을 꽤 잘 볼 수 있다.

열심히 걷고 나서 시원한 아페롤을 한잔 마시면서 주변 구경하는 것이 좋았다. 

이탈리아에서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갔을 때, 관람 중에 카페에 가서 커피나 음료를 즐기기 참 좋은 것 같다. 이 사람들이 먹는 것에 진심이라 그런지 경치나 음료가 실망스러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ㅎㅎ

이 모든 작품들이 한 가문이 수집한 것이라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산 로렌조 성당에 메디치가 후원했던 다양한 예술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돈을 벌어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요즘처럼 어느 정도 상황만 갖추면 쉽게 대출을 받아 도전해볼 수 없던 시대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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